< 무덤의 봉분을 부탁하는 꿈 >
선조(先朝) 양경공 종선은 목은의 막내아들인데, 무덤이 한산 고을 목은
무덤 아래 있다. 성종이 폐비 윤씨에게 사약을 내릴 때에, 공의 손자 파
(坡)가 예조 판서로 있었다.
연산군이 당시의 재상과 언관을 추죄할 때에 파는 부관참시로 관이 쪼개
짐을 당했고, 공도 또한 연좌되어서 무덤을 허물어 평평하게 만들었다. 중
종이 반정한 후에도 오랫동안 봉분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좌의정 이 유청은 양경공의 형 종학의 증손이니, 공에게는 종손이 된다.
하루는 일찍 서울 집에 달려와서 봉화 원을 지낸 나의 증조 장윤 공에게 묻
기를,
"꿈에 의젓한 어른이 말하기를, 집이 부서져서 비가 새어도 자손이 재
력이 달려서 능히 수리하지 못하는데, 문중에 오직 군만이 할 수 있으니,
보살펴 주기를 바란다. 고 하였습니다. 꿈을 깨매 나도 모르게 땀이 등에
젖었습니다. 우리 문중에 반드시 변을 겪은 뒤에 미처 하지 못한 일이 있을
것이므로, 감히 와서 사뢰는 것입니다." 하였다.
봉화 어른께서 양경공의 무덤이 허물어진 뒤에 여러 해가 되도록 복구하
지 못한 사유를 자세하게 말하니, 상공은 크게 놀랐다. 드디어 함께 힘을
합쳐 흙을 보태어서 봉분을 만들었다.--------송와잡설, 대동야승 제 56권.
<쉬어가는 페이지>
우리 선인들의 꿈이야기 속에는 묏자리·성황당·사당·신주·삼신할머
니·업(민속에 한 집안에 있어 살림이, 그 덕이나 복으로 잘 보호되고 늘어
간다는 동물이나 사람)· 지킴(한 집안이나 또는 어떤 일정한 곳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신령한 동물이나 물건으로, 지킴을 위해야 재산이 늘어간
다고 믿고 있음) 등 민속에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우리의 민속에 양식이 떨어지면 부잣집 대문 앞을 이른 새벽에 빗자루로
쓸어놓는 일이 있었다. 그러면 부자는 양식이 떨어진 사람을 찾아 양식을
보태주고는 했었다. 외래문화의 무비판적인 유입에 황금만능의 배금사상으
로 인해 우리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인신매매· 존속살인 등의 황량한 사회
로 변해버렸다.
외래적인 문화의 침투 속에서 우리의 고유한 민속이 사라져 가는 오늘날
우리의 생활을 되돌아보고, 선인들의 생활상과 정신세계에 담긴 지혜의 참
뜻을 살려 나아가야겠다. 동도서기(東道西技)라는 말이 있다. 외래문화라면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고 우리의 전통적인 민속문화는 버려야 할 옛 것으로
여기기보다, 경로사상·효·상부상조 등 우리의 고유한 미풍양속을 살려가
면서 외국의 발달된 과학기술을 우리의 정신세계에 접목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선인들의 인간적이고 따사한 마음의 세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
다.<끝>
